12/05/2026
[논평] '받는다고 하면 자괴감, 못 받는다고 하면 박탈감' 고유가지원금, 선거용 선심성 행정을 넘어 실질적 경제 지원책으로 전환해야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6조 1천억 원 규모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민생 지원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그 집행 시기와 방식 탓에 선거를 앞둔 선심성 행정이라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특히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은 산정 근거가 불명확해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받으면 자괴감, 못 받으면 박탈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더욱이 지원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정작 도움이 절실한 취약계층에 돌아가야 할 재원이 분산될 우려가 크다. 불특정 다수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방식보다,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을 정밀하게 지원하는 ‘맞춤형 복지’가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의 재정 여건이 반도체 슈퍼사이클 등 경기 호조에 따른 일시적 효과에 기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산업 호황이 꺾이고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은 채, 단기적 소비 진작만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국가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일회성 현금 지급은 재정 부담을 키우고, 소비를 자극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고금리·고물가 속에서 생존 위기에 내몰린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폐업 지원, 임대료 경감 등 실질적 대책이다.
궁극적으로 에너지 위기를 단기 보조금으로 덮기보다, 경제 구조를 저소비·고효율 체제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 유가의 불안정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6조 원의 재정을 일회성 현금 지원에 소진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차라리 이 예산을 농촌 노후 농기계 교체,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 등에 투자했다면 장기적인 민생 안정과 에너지 경쟁력 강화에 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눈앞의 환심을 사기 위한 단기 처방보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와 같은 인위적 가격 통제로 시장 기능을 왜곡하는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격 신호를 억누르는 방식은 에너지 소비 절감 유인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시장 왜곡과 비효율만 키울 수 있다. 이제는 경제 주체들이 ‘고유가 시대’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구조 개혁과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현금 살포가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들을 정교하게 지원하는 맞춤형 복지와 미래를 대비한 구조적 투자이다. 정부는 선거를 의식한 단기적 재정 집행에서 벗어나 보다 책임 있는 재정 운영 정책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26. 5. 12.
미래정치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