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2024
[선거 후폭풍과 향후 관전 포인트]
출구조사에 반영되지 않은 사전투표율의 반영 결과에 따라 약간의 변동이 더해지긴 하겠지만, 출구조사를 통해 확인된 바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과 조국혁신당의 약진은 명확해 보인다.
사전투표 결과에 대한 반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한동훈의 반응이다. 아무리 사전투표 결과에 대한 반응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국민의 선택 결과에 대해 "실망"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나? 어떻게 봐도 '사람이 덜 되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선거의 전반적 결과는 이제 대략 예상이 되는 상황이고, 개별 접전 지역구에서 각 후보의 승패와 각 비례대표 정당의 비례대표 순번 커트라인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지켜보는 일만 남은 것 같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남는 것이 아마도 범 야권의 "개헌선" 확보 여부가 될 것이고.
이번 선거는 충격적이라 할 수 있는 결과(아직은 유보된 결과이지만)만큼이나,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는 것 같다. 아마도 선거 결과 발표 후에 각 당 지도부의 입장 발표가 있긴 하겠지만, 각 당의 평가 및 발표와는 다른 사회적 평가도 필요할 것이다.
이 게시글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에 이어질 이후 상황에 대한 내 나름의 관전 포인트들을 정리해 본다.
1. 윤석열 대통령 및 대통령실의 향후 정치적·정책적 대응 방식 변화 여부
- 지금까지 보아온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에서는 사회적 리더로서의 자존감이나 자긍심이란 건 보이지 않고, 권력자 개인의 자존심과 자만심만 항상 가득 드러났을 뿐이다. 개인적 스타일을 계속 고수한다면 야권과의 협력은 이후로도 기대하기 어렵다. 민심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맞추어 통치 스타일*을 바꿀 것인지, 자신의 본연적 스타일을 그대로 고수하며 이기지 못하면 부러지는 대립 정치를 이어갈 것인지가 주목된다. 의정갈등, 입틀막 정치, 적대적·편파적인 검찰수사 패턴이 이후로 어떻게 바뀔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치란 전무했다. 언제나 통치의 태도 뿐이었다. 그래서 "정치 스타일"이란 표현이 더 적절할 자리이긴 하지만, 윤 대통령에게만큼은 적합한 표현이 아니다.)
2. 국회의원이란 방패 타이틀도 없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향후 입지와 행보
- 이번 선거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다. 선거기간 내내 유세 현장에서도 정당 유니폼은 입으려 하지도 않고 자기 스타일의 복장을 고수하며 의상쇼와 독설에만 열을 올렸다.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대통령실과의 마찰도 간혹 있었던 터라 윤 대통령과의 관계도 소원할 수밖에 없고, 선거 완패로 '좋지 않은 여건에서 나름 고생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어려워, 당 내에서도 입지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아니, 사실상 토사구팽 가능성까지도 예상이 된다. 토사구팽 이후에도 정치권 또는 주변에 계속 남는다면, 아마도 그 다음의 모습은 국힘의 이낙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그를 두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이고, 향후에 그에게는 또 다른 어떤 선택이 있을 것인가?
3. 압도적 다수당으로서 더불어민주당의 존재감 확보 여부
- 윤 대통령 당선 후에는 거부권 정치 탓을 할 수도 있겠지만,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줬는데도 당시 여당으로서 제대로 한 게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더불어민주당이다. 다시 한 번 압도적 다수의 국회의원 의석을 확보했지만, 이것이 다음 대선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국민들에게 유능함과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오히려 또 다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워낙 국가운영을 못해서 그러기도 쉽지 않아 보이긴 하지만...) 과연 더불어민주당은 어떻게 민심을 붙잡고 존재감을 입증해 보일 수 있을까? 우군들까지 받쳐주는 압도적 다수당의 지위에서 만지작거릴 수 있는 카드인 개헌과 탄핵 등에 대한 향후 대응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4. 조국혁신당에 찾아온 기회와 정체성 위기
- 조국혁신당이 의미 있는 의석을 차지한 것은 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덕분이다. 어찌 보면 윤 대통령에 감사해야 할 유일한 정당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조국혁신당이 전면에 내세운 것은 반-윤석열의 기치뿐이었다. 다른 진보·개혁 의제들은 부수적인 수사 수준에 불과했다. 1번에서 언급한 이번 선거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고, 이후로도 윤석열 정권과 맞서 싸워야 할 이슈들이 분명히 있겠지만, 어쨋든 윤석열 정권에 대한 1차 심판은 이번 선거로 이루어진 셈이다. 윤석열 정권이 종이호랑이가 된다면, 조국혁신당의 존재이유도 사라진다. 의미 있는 정치집단으로서 남으려 한다면 반-윤석열 이후의 정책의제와 정치적 관점의 제시가 필요하다.
5. 독자노선을 선택한 진보정당의 참패와 향후 진로
- 양당 주도의 정치 체제에서 진보정당의 입지가 빈약한 것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진보정당의 현실은 2004년 10석을 차지했던 민주노동당의 성과 이후 위축의 상황을 지속해 오다가 급기야는 이번 총선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일부 진보정치 그룹들이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비례대표 의석을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나누어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독립적 존립 가능성 측면에서는 부정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후 한국 진보정치 조직들의 존재 및 정치적 입지 확보 방식과 진보적 정치 의제의 공론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6. 사회적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한 의제화와 향후 정치적 대처
-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론에 가려 시급하지만 거의 논의되지 못한 의제 영역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가장 심각한 삶의 문제였고 점차 발생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신종 감염병, 매년 여름마다 겪게 되는 사상 최고의 더위와 홍수 등 기후변화의 문제, 출생률 저하와 지역소멸·대학소멸의 문제 등, 우리 사회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환경·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공론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 채, 선거 무대에는 정치적 공방만 남았다. 오늘의 대파 가격 민생 문제는 중요하게 다루어지지만, 다가오는 민생의 위기에는 다들 함구하고 있을 뿐이다. 진보정당의 소멸에 가까운 위축은 이러한 정치 의제의 공간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 분명하다. 오늘만 살고 죽겠다고 싸우는 한국의 정치 공간 속에서 미래 지속가능성 이슈들은 어떻게 다루어지고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선거 결과를 보면서 여전히 희망이 잘 안 보이는 것은 이런 질문이 여전히 맘 한 쪽에 무겁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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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지상파3사 출구조사 결과를 접한 국민의힘 지도부석에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만 남아있다./사진=박상곤 기자